10년 국채선물은 왜 10년이 아닐까? 투자자가 꼭 알아야 할 CTD의 비밀
카테고리: derivatives
태그: futures
숫자의 배신, 10년 선물의 진짜 얼굴
금융 시장에서 ‘미국 국채 10년 선물(TY)’은 가장 유동성이 풍부한 파생상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뜯어보면, 상품의 명칭과 실질 사이에는 거대한 괴리가 존재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2025년 3월 만기 미국 국채 10년 선물(TYH5)의 가격이 ‘90-05’라고 공시되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미국 국채 선물은 USD 100을 기준으로 1/32달러 단위로 가격을 표시하며, 1포인트당 USD 1,000의 가치를 가집니다. 즉, 계약 규모(Contract Size)는 USD 100,000이며, ‘90-05’일 때의 실제 계약 가치(Contract Value)는 다음과 같이 정교하게 계산됩니다.
• 계산식: (90+5/32)×1,000 = USD 90,156.25
여기서 투자자가 반드시 ‘아하!’ 하고 깨달아야 할 지점이 나옵니다. 블룸버그 등 금융 단말기에서 확인한 TYH5 선물의 듀레이션(Mid Modified Duration)은 약 5.862년에 불과합니다. 명칭은 ‘10년’인데, 왜 실제 금리 민감도는 6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는 단순한 계산 오차가 아니라, 국채 선물 시장의 설계 원리에서 기인한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반전의 실체: 국채선물은 ‘실물 인도’가 원칙이다
이러한 듀레이션 괴리의 근본 원인은 미국 국채 선물의 인도 방식이 ‘실물 인도(Physical Delivery)’라는 점에 있습니다. 선물 만기가 도래했을 때 매도 포지션을 가진 투자자는 매수자에게 현금 결제가 아닌 실제 국채 실물을 건네줘야 합니다.
그런데 거래소는 매도자가 반드시 ‘정확히 10년 만기’인 채권만을 인도하도록 강제하지 않습니다. 거래소 규정에 명시된 특정 잔존 만기 범위 내의 채권이라면 무엇이든 인도할 수 있는 ‘바스켓(Basket)’ 제도를 운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 10년 국채 선물(TY)의 경우, 인도하는 달의 첫날을 기준으로 잔존 만기가 6년 6개월에서 7년 9개월 사이인 채권이 인도 대상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10년 선물’이라 부르는 상품은 실제로는 ‘약 7년물’ 수준의 채권을 거래하는 계약이며, 이로 인해 듀레이션이 5.8년 수준으로 짧게 형성되는 것입니다.
전 세계적인 공통 현상: 글로벌 국채선물의 듀레이션 비교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국가별로 규정한 인도 가능 채권의 범위에 따라 선물의 ‘진짜 성격’은 제각각입니다.
| 국채 선물 | 인도 가능 채권 잔존 만기 | 듀레이션 (2025.01.17 기준) |
|---|---|---|
| 미국 10년 (TY) | 6년 6개월 - 7년 9개월 | 5.862 |
| 독일 10년 (RX) | 8년 6개월 - 10년 6개월 | 7.962 |
| 일본 10년 (JB) | 7년 - 11년 | 6.693 |
| 영국 10년 (G) | 8년 9개월 - 13년 | 9.801 |
위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영국(G)의 국채 선물은 인도 가능 만기 범위가 최대 13년에 달해 명칭에 가장 근접한 9.8년의 듀레이션을 보입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명칭보다 상당히 짧은 듀레이션을 가집니다. 이는 각국 거래소의 설계 방식에 따라 투자자가 실제로 노출되는 금리 리스크의 크기가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결정적 열쇠, CTD(Cheapest To Deliver)의 마법
인도 가능한 바스켓 내의 여러 채권 중 선물의 가격을 결정하는 단 하나의 채권은 무엇일까요? 바로 CTD(Cheapest To Deliver) 채권입니다. 매도자는 인도 가능 범위 내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즉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저렴한 채권을 선택할 권리를 가집니다.
“인도하기에 가장 저렴한 채권을 CTD(Cheapest To Delivery) 채권이라고 부르고, 국채 선물의 가격은 CTD 채권 가격에 의존한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살펴봅시다. 2025년 1월 기준, TYH5의 CTD 채권은 2031년 11월 30일 만기인 미국 국채(T 4 1/8 11/30/31)입니다. TYH5의 1st Delivery Date가 2025년 3월 3일임을 고려할 때, 이 채권의 인도시점 기준 잔존 만기는 약 6년 8개월로 규정 범위 내에 완벽히 들어옵니다. 결국 이 6년 8개월짜리 채권의 듀레이션이 10년 선물의 실질적인 금리 민감도를 지배하게 됩니다.
금리와 수익률 곡선이 CTD를 선택하는 기준
시장 상황에 따라 어떤 채권이 CTD가 될지를 결정하는 메커니즘은 ‘전환계수(Conversion Factor)’와 관련이 있습니다. 거래소는 서로 다른 쿠폰과 만기를 가진 채권들을 공정하게 비교하기 위해 연 6%의 표준 쿠폰 금리를 기준으로 전환계수를 산출합니다. 이 6%라는 기준점이 CTD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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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수준 (6%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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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수익률 > 6%: 전환계수 시스템상 듀레이션이 긴 채권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므로, 매도자는 이자지급액이 적고 만기가 긴 채권을 인도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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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수익률 < 6%: 반대로 듀레이션이 짧은 채권이 유리해지며, 현재와 같은 저금리 환경(6% 미만)에서는 만기가 짧은 채권이 CTD가 되어 선물의 듀레이션을 낮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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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곡선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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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곡선 상향(Steep): 만기가 긴 채권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CTD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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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곡선 역전(Inverted): 만기가 짧은 채권이 선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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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투자의 함정: 2s10s 스티프너 포지션의 계산법
이러한 메커니즘을 무시하는 것은 전략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는 것에 베팅하는 ‘2s10s 스티프너(Steepener)’ 포지션을 구축할 때 발생합니다.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와 일부 비전문가는 이름만 보고 10년 선물과 2년 선물의 비율을 5배(10/2)로 계산합니다. 하지만 이는 듀레이션 중립화를 망각한 위험한 접근입니다. 실제 듀레이션을 고려한 헤지 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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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선물(TYH5) 듀레이션: 5.86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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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선물(TUH5) 듀레이션: 1.84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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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필요 비율: 3.18배(=5.862/1.841)
즉, 10년 선물의 명목 금액을 1만큼 매도할 때 2년 선물의 명목 금액을 3.18만큼 체결해야만 정확한 듀레이션 중립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5배의 비율을 적용했다면 의도치 않게 2년물 금리 변화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리스크를 안게 되는 셈입니다.
대안의 발견: 진짜 10년을 원한다면 ‘UXY’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접하는 ‘미국 10년 금리(USGG10YR)’는 벤치마크 지표인 ‘On-The-Run(당기 발행물)’ 채권의 수익률을 의미하며, 듀레이션은 8년에 가깝습니다. 반면 앞서 본 TY 선물은 ‘Off-The-Run(기발행물)’ 바스켓을 추종하므로 두 지표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발생합니다.
만약 벤치마크 10년 금리에 더 근접한 긴 듀레이션 노출이 필요하다면 Ultra Treasury Note(UXY) 선물이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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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Y의 특징: 잔존 만기 9년 5개월 이상의 채권만을 인도 대상으로 하여, 최근 발행된 신규 10년물 국채의 성격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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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레이션:** UXYH5 기준 약 7.713년으로 일반 TY 선물보다 훨씬 깁니다.
다만, UXY는 TY에 비해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전략적 목적에 따라 듀레이션의 정교함과 유동성 사이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결론: 이름표 뒤에 숨겨진 실질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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